20년 만 소니 최고 영업이익 경신한 히라이 쓴소리 경청하고, 책임지는 리더 모습 보여 새 정부, 누구나 직언하는 정치환경 조성되길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히라이 가즈오는 2012년 일본 기업 소니의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고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가 CEO가 되었을 때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소니의 컬러TV는 8년 연속 적자였다. ‘소니 바이오’라는 브랜드로 유명했던 PC 부문도 적자로 돌아섰고, 소니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게임기 부문도 플레이스테이션3의 실패로 애물단지가 되어 있었다. 소니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2017년도 결산에서 소니는 7300억 엔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전 최고 기록 5200억 엔을 20년 만에 경신했다. 패전 1년 뒤 작은 공장에서 출발한 소니는 워크맨, 트리니트론 컬러TV 등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부활한 일본의 상징이 됐고, 창업주 두 사람은 일본 재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니의 쇠락은 일본인들에게 어느 한 기업의 쇠락 이상으로 뼈아픈 것이었고, 소니의 회생은 일본 경제의 회생만큼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소니를 부활시킨 CEO에게 일본 미디어가 열광했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인터뷰가 쇄도했다.
일본 언론은 그를 “이견(異見)을 구하는 리더”로 소개한다. 히라이 자신도 “이견을 구하는 것”은 리더에게 필수불가결한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전자’의 소니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음악과 게임 분야에서 쌓은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어느 조직의 리더가 되더라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에게 이견을 구한다는 것은 단지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분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장 앞에서도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쏟아지는 쓴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이견을 구한 것이 된다.
아무도 그가 6년 만에 그것도 겨우 58세의 나이로 은퇴할 거라고 예상치 않았지만, 그는 요시다 겐이치로를 후임으로 지명하고 CEO에서 물러났다. 계열사 사장이었던 요시다를 히라이는 삼고초려의 정성으로 본사에 데려왔다. 그의 경영 능력에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요시다의 한마디가 히라이에게 더욱 확신을 주었다. “본사에 가더라도 예스맨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 이 친구는 내게 서슴없이 이견을 말해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히라이는 그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요시다는 영업이익 등 실적에서 히라이의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한국 언론이 가끔 인물평에서 “그는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게 한국 정치와 대통령의 비극의 근원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에게 이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노동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관해 재계의 의견을 들었으면 노동계의 이견도 들어야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다. 서로 충돌하는 이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고 토론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현명한 결단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면 그 뒤에 쏟아지는 비난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리더의 몫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디 다음 정부에서는 누구라도 직언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