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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축유, 6개월간 매일 100만배럴 방출”… 유가 7% 급락

입력 | 2022-04-02 03:00:00

바이든 “푸틴 전쟁 탓 기름값 올라”
총 1억8000만배럴 사상 최대 방출… 푸틴 돈줄 차단-美물가 안정 겨냥
푸틴 “러 가스값 루블화로만 결제”… 유럽은 “달러-유로화 지불” 맞서



러 “우크라가 헬기로 러內 석유저장고 공격” vs 우크라 “러의 자작극”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5km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트의 석유 저장 창고가 불타고 있다. 벨고로트주는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헬리콥터 2대가 미사일로 공격을 가해 창고 8곳이 불타고 근로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 본토가 공격당한 것은 처음이라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텔레그램 계정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화재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있다”며 러시아의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와 별도로 러시아가 침공 직후부터 점령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제공


러시아산 에너지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산유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씩 총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s)를 풀기로 했다. 고유가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며 전쟁을 지속하려는 러시아를 압박하고 40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 소비자물가 급등세 또한 진정시키려는 의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려면 반드시 루블화로 결제하라. 아니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에너지를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즉각 “계약 위반”이라며 계속 미 달러화나 유로화로 지불하겠다고 맞섰다.
○ 최대 규모 방출로 유가 안정-푸틴 자금줄 차단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비축유 방출을 발표하며 “푸틴의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미 에너지 업계에 강도 높은 증산 계획 또한 주문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사회의 비축유 방출 동참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올해 2월에 이어 이번까지 최근 4개월간 세 차례 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특히 1억8000만 배럴의 이번 방출 규모는 사상 최대로 꼽힌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 때 1730만 배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2080만 배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으로 원유 공급망이 무너졌을 때 3064만 배럴의 방출을 각각 지시했다.

역대급 방출 계획으로 치솟던 국제 유가는 일단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미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에 마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 미크론 등 러시아 21개 기관 및 개인 13명도 추가 제재했다.
○ 푸틴 “러 가스는 반드시 루블 결제” vs 유럽 “협박 말라”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비우호적 국가가 4월 1일부터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려면 러시아 은행에서 루블화 계좌를 열어야 한다. 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강경책의 배경으로 루블화 급락이 꼽힌다. 루블 가치는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달러당 75루블대였으나 침공 직후 110루블대로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1일 현재 83루블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서방의 초강경 제재가 이어지고 있어 다시 루블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푸틴 정권이 루블 가치를 지지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주요국이 스스로 제재를 위반하는 상황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계속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겠다”고 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 위반이자 협박”이라고 가세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또한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한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