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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네안데르탈인은 그저 무력하게 도태되지 않았다

입력 | 2022-04-02 03:00:00

◇네안데르탈/레베카 랙 사익스 지음·양병찬 옮김/660쪽·3만 원·생각의힘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두개골 화석이 발견됐다. 사람의 뼈와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점이 달랐다. 오늘날 인류보다 머리는 더 크고 키가 작지만 몸은 우락부락했을 것으로 보이는 뼈였다. 인간 이외의 호모(Homo) 중에서 가장 처음 발견된 종, 네안데르탈이었다.

과학기술과 고고학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45만 년 전에 등장해 4만 년 전에 멸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멸종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명쾌한 해답이 없다. 그렇다 보니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인류의 족보에서 탈락한 종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종족처럼 그려진 것이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20세기부터 현재까지 네안데르탈인 발굴의 역사와 수천 개의 학술 연구를 정리한 이 책을 내놓으면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이런 오명을 일축한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은 무력하게 멸종을 기다린 종족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엄청난 기후 변화 속에서 수십만 년간 성공적으로 생존했다. 또 네안데르탈인의 번식에 대해 설명하며 기존 통념을 깬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 혈통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전 세계인의 경우 누구나 1.8∼2.6% 비중으로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혼혈아들은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고 다시 자손을 낳았다. 그들과 호모 사피엔스의 만남은 또 하나의 생존법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현재 지구에 남은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하나다. 누군가는 “살아남을 운명이었기에 살아남았다”고 자아도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시 한번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님을 알려준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역동적인 삶의 주인공이었다. 그들의 역사를 살피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