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지음·김두완 옮김/316쪽·1만8000원·흐름출판
“고통을 없애는 모든 것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독치료센터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환자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20년간 수만 명의 환자를 만난 저자는 쾌락과 고통이 한 저울 위에 올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뇌는 큰 자극을 받을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쾌락과 고통을 느낀다. 수평저울처럼 쾌락을 느끼면 반작용으로 고통이 따라오는 식이다. 중독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쾌락을 찾아 헤맬 때 시작된다.
고통에서 벗어나면 행복해질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오히려 고통을 제거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의학을 비판한다. 17세기 영국 의사 토머스 시드넘은 “적당한 고통은 자연이 가장 현명한 용도로 사용하는 치료 수단”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고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약간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약물을 처방해왔다. 미국에서는 2013년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은 성인 인구가 1996년에 비해 6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약물뿐일까.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고통을 잊게 해주는 쾌락은 도처에 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중독에 포위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쾌락을 찾아 헤매는 순간이 있다. 그때 자신을 찾아온 마약중독 환자에게 저자가 남긴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고통을 견뎌내는 것은 어렵지만 당신에게는 기회예요. 생각, 감정, 고통 등 당신을 들여다볼 기회요.” 저자의 조언을 따르다 보면 고통을 견뎌낼 힘이 이미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