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싫어요.”
3일 오후 5시 반 광주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에 고려인 50여명이 모여 한 목소리로 우크라이나 전쟁종식과 평화를 기원했다. 평화 캠페인(사진)에 참여한 고려인들 중 5명은 남아니따 양(10) 등 전쟁의 화마를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사람들이었다.
남 양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폭격에 무너진 키이우 집들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 전쟁이 빨리 끝나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양은 러시아의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집이 폭격으로 폐허가 되자 헤르손을 탈출했다. 전쟁이 빨리 끝날 줄 알고 위험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 이곳저곳으로 피신을 다녔다.
우크라이나 므콜라이우에서 탈출한 이미카엘로 씨(41) 부부도 이날 캠페인에 참여해 전쟁 중단을 호소했다. 고려인 3세인 이 씨는 1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일했다. 그는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로 갔다.
이 씨는 포화에 휩싸인 므콜라이우에 있던 부인 김옐로나 씨(38), 아들(14), 딸(10) 등 가족 3명을 탈출시켰다. 그의 가족도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루마니아로 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폭격으로 길이 끊어진 곳이 많았다. 힘들게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뒤 한국에 왔다. 하지만 함께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자녀 2명은 경기도 안산 친척 집으로 갔다. 이 씨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씨는 “도움을 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자녀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꿈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65)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32명이 광주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 중 대부분은 자가격리가 끝나지 않아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평화 캠페인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에서 힘든 난민생활을 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100명이 추가로 조상의 땅인 한국에 귀국할 수 있도록 각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