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 등 민간부문이 짊어진 4540조 원의 빚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올랐다. 작년까지 집값이 폭등하자 빚을 내 아파트를 사고,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대출로 연명하며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제 세계적으로 긴축이 진행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를 넘어서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하반기에 끝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져 나올 것이다.
작년 말 한국 가계가 진 빚은 1년 전보다 7.8% 늘어난 1862조1000억 원으로 1인당 빚은 3600만 원 수준이었다. 자영업자들이 진 빚도 90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는 5년 전 1.8배에서 2.2배로 불어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도록 한은이 분명한 신호를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 원 추경 등의 정책이 유동성을 늘려 자산 거품을 키우고 부채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대출 규제를 강화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와 반대 방향이다. 청년층은 이 대책을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선진국들이 서둘러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긴축에 나서는 건 과잉유동성을 방치할 경우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불어나고 비효율적 투자가 이어져 해결해야 할 구조적 부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시가 침체되고, 집값이 떨어지자 벌써 ‘영끌’ ‘빚투’에 나섰던 청년들이 개인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수위가 6·1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잠재된 위험을 계속 뒤로 미루다간 정부 출범 후 더 큰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