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동백꽃을 만난다. 집집마다 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고, 동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유서 깊은 동백나무 정원과 순례길만 찾아다니는 ‘카멜리아 루트’ 여행도 인기 있다. 가톨릭에서는 동백꽃을 순교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겨울에 붉게 피어나고, 한창 꽃이 아름다울 때 자기 목을 쳐내듯이 통꽃으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이다. 눈 위에 흐트러진 낙화는 진한 핏빛 순교를 연상케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