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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강국으로 가는 골든타임[기고/이상률]

입력 | 2022-04-04 03:00:00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나로우주센터는 지금 6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 준비로 뜨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3년에 걸쳐 준비한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의 원대한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작년 10월 처음 발사한 누리호는 온 국민의 가슴을 뛰게 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의 클러스터링, 단 분리, 목표 궤도 도달을 위한 유도제어 기술 등 발사체 중요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했다. 실패 원인을 정확히 특정한 것 역시 큰 기술적 성과다. 발사체를 개발, 시험, 발사할 수 있는 설비를 모두 갖춰 앞으로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발사체 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됐다.

누리호 발사에 최종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다. 누리호 개발은 우주를 향한 우리의 여정과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30∼40년 늦게 우주 개발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놀랍게 성장해 현재 세계 8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런 성취에 안주할 수 없다. 글로벌 우주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공공수요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우주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주력하고 있다.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개됐으며, 화성 등 더 먼 우주를 향한 발걸음도 갈수록 분주하다.

우주는 더 이상 개척의 대상이 아니라 개발의 대상이 됐다.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자원·식량 안보, 재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우주 기술은 필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난 위성통신 및 위성영상 등 위성정보 활용은 우주 기술의 안보적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주 기술의 지속적 확보와 발전 없이는 안보도, 국민 안전과 편리한 생활도, 경제적 부흥도 어렵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사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일들이 펼쳐진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이어 8월엔 대한민국 우주탐사의 서막을 올리는 달 궤도선 발사가 예정됐다.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6개국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달 궤도선의 성공은 대한민국 우주 개발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영상레이더 위성 아리랑 6호와 초고해상도 광학 영상 위성 아리랑 7호도 대기하고 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착수,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우주 개발 역량을 한층 높이기 위한 사업도 시작된다.

새 정부가 이 시기를 과감히 살려 도전적인 국가 우주 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전략적·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우주 전담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선다면 우주 강국의 꿈은 머지않아 실현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 개발 전문기관으로서 이 같은 국가 우주 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산학연의 도전적 우주 개발과 국내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