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강 파친코 총괄PD 인터뷰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에서 열린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과 총괄 제작자 테리사 강(왼쪽 사진 오른쪽). 재미교포 2세인 강 씨의 유치원 졸업식 사진(오른쪽 사진). 유치원 교사들이 그를 일본인으로 착각해 기모노를 입혔다고 한다. 테리사 강 제공
“아버지 덕에 고난을 이겨낸 한국인이 지닌 한과 흥의 매력을 익히 알고 있었어요. 할리우드가 아직 한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어떻게든 드라마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지난달 25일 애플TV플러스로 공개된 드라마 ‘파친코’의 총괄 제작자인 테리사 강(Theresa Kang-Lowe) 총괄 프로듀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미교포 2세인 그는 제작진을 모으고 투자받는 과정을 주도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부산을 떠나 일본에 정착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4대의 역경을 그렸다. ‘애플이 제작한 최고의 쇼’(파이낸셜타임스), ‘눈부시고 따스한 한국의 서사시’(BBC) 등 외신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강 씨는 영화 ‘기생충’이 개봉하기 전부터 “한국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시리즈를 꼭 만들어야 한다”며 ‘파친코’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17년 동안 에이전트로 알폰소 쿠아론 등 유명 창작자와 일했고, HBO의 인기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도 참여한 베테랑 제작자다. 2017년 책 파친코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한국인이 주인공이며 1910∼198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극을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를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어서 한국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드라마 ‘파친코’에는 일본 순사들에게 핍박받는 부산 어부들, 투표권이 없이 차별을 받는 재일 한국인들의 사연이 나온다.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한 그의 부모님도 이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결심에 영향을 줬다. 아버지가 비디오 대여 체인을 설립·운영했던 덕분에 강 씨는 드라마 ‘모래시계’부터 영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쉬리’ 등 한국 문화를 다양하게 접했다.
강 씨는 ‘파친코’가 세상에 나온 뒤 다양한 국적의 시청자로부터 공감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유럽 출신의 백인 친구들도 ‘내 엄마와 할머니도 이런 삶을 겪었다’고 해요.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게 된 거죠.”
그는 “파친코를 통해 한국의 작가, 배우, 감독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