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1년간 중과 배제 방침에 전국 매물 사흘 새 2916채 늘어 광주-제주-세종 順 많이 나와 업계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 따라…지방-수도권 외곽 매물 늘것” 전망 서울 강남권에선 관망세 이어져…전문가 “주택 지속공급 신호 줘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침을 밝힌 이후 매도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DB
새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계획을 밝히면서 보유세 부담이 컸던 다주택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 정부의 규제를 피해 투자자들이 몰려갔던 경기·인천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3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아파트 매물은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1년간 배제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총 36만441채에서 이날 기준 36만3357채로 2916채 증가했다.
현장 공인중개업소들은 서울 등 인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 등 기존에 외지인들의 매수세가 강했던 지역 위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계형 임대사업자인 박모 씨(40)는 이달 경기 안성시와 경남 창원시 아파트 등 총 3채를 내놓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만 6000만 원을 냈기 때문에 더 버틸 수 없다”며 “지방 집 먼저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 안성시 A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2년 전 7000만∼8000만 원이었던 집 시세가 1억4000만 원이 됐다”며 “이번에 매물을 정리하려는 사람이 꽤 있다”고 전했다.
매물이 쌓이는 지역 위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커지며 지난해 말부터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며 “양도세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매물이 더 늘며 집값이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두드러지는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며 매물이 나올 움직임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문의를 해오고 있긴 하지만 강남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며 “서울 2주택자라도 강남권에 1채, 비강남권에 1채를 보유했다면 비강남권 아파트를 정리하지만 강남권에 2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일단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시점을 두고 인수위와 현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데다 보유세 완화 방안 시행도 유력해 전체 규제 완화방안이 시행된 뒤 매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