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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서욱에 “대결광”… 도발 명분쌓기

입력 | 2022-04-04 03:00:00

“선제타격 망발, 위협 직면할 수도”
반년만에 담화… ‘김정은 뜻’ 밝혀
美, 北미사일 5개 기관 추가제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미친놈” “대결광” “쓰레기” 등 험한 말을 쏟아내며 남측을 맹비난했다. 반년 만에 담화를 낸 김여정은 이번 담화가 김 위원장 뜻임을 분명히 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이어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된 북한이 ‘중대 도발’에 앞서 남측에 책임을 돌려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1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북한 5개 단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혐의로 8일 만에 추가 제재했다.

김여정은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며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앞서 서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거칠게 비난한 것.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김여정은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여정 담화 직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미사일 도발 등에 나선 전례가 있다.




김여정 비난담화 후 도발 집중한 北, 이달 릴레이 폭주 가능성




김여정, 반년만의 담화서 서욱 비난
“핵보유국 상대로 ‘선제타격’ 객기”…北 軍서열 1위 박정천도 가세
“추가도발 명분 쌓기 발언” 분석속…15일 태양절 전후 도발 가능성 관측
일각선 尹당선인 겨냥 않은 점 주목…“새 정부와 협상 여지는 남겨” 분석

김여정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사실상 북한의 2인자로 남북한 대결 및 대화 국면에서 자주 전면에 나섰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20년 이후 김여정에게 악역을 부여해 대남(對南) 도발의 선봉에 서게 하고 있다. 남측을 맹비난하는 김여정의 3일 담화가 7차 핵실험 임박설 속 추가 도발 폭주를 위한 ‘예고’라는 우려도 나온다.
○ 김여정과 군 서열 1위 박정천, 서욱 집중 포화

대남·대미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은 지난해 9월 25일 이후 반년가량 침묵하다 이번에 담화를 냈다. 담화에선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가 김 위원장 뜻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남측에 책임을 돌리며 향후 도발 의지까지 여과 없이 내비친 것.

김여정은 특히 서욱 국방부 장관을 향해 포화를 집중했다. 서 장관의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콕 집어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 운운하며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면서 “나는 이자(서 장관)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북한의 군 서열 1위 박정천 당비서도 이날 서 장관을 향해 “미친놈” “천치 바보” “미친자” 등의 말 폭탄을 쏟아냈다. 우리 군을 겨냥해선 “대결적 망동으로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 장관의 원점 타격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선 이례적”이라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까지 한 북한이 그 정도 발언에 김여정까지 나서서 발끈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도발 명분을 찾던 북한의 레이더망에 서 장관 발언이 딱 걸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여를 앞두고 기선 잡기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도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13일 전 3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정권 교체기를 틈타 자주 도발에 나선 바 있다. 긴장감을 고조시켜 새 정부를 떠보는 동시에 향후 남북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인 셈이다.
○ 北, 김여정 말 폭탄 이후 도발 집중
북한이 김여정의 말 폭탄 이후 크고 작은 도발에 나선 전례는 많다. 2020년 이후 남북 통신연락선 차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미사일 발사 등에 앞서 김여정은 대남 비난 담화를 냈다.

김여정 담화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이미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정황도 포착됐다. 이달 중 한미 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15일) 110주년, 인민군 창건일(25일) 등을 전후해 전방 지역에서 국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끊거나 2018년 체결한 9·19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윤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대목을 주목하기도 한다. 북한이 새 정부와의 협상 여지는 남겼다는 것. 이에 향후 김 위원장이 협상의 문을 여는 식으로 ‘백두혈통’ 남매가 역할 분담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