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조 부채 부메랑이 온다] 생활고-사업난에 낸 빚 감당못해 파산신청 61%가 다중채무자 “한번 늪 빠지면 자력탈출 어려워”
개인파산 신청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의 상담창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체육관을 운영하는 40대 최모 씨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소득이 없는 최 씨의 아내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최 씨 부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수강생이 급감하면서 빚이 2억9000만 원으로 불었다. 밀린 월세와 생활비,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라 아내까지 저축은행, 카드사의 고금리 채무를 떠안았다.
개인회생을 통해 최 씨가 매달 부담하는 원리금은 3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줄었다. 그는 낮에는 체육관을 운영하고 새벽엔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를 마련하고 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2020∼2021년 2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연평균 4만9721건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4만5642건)에 비해 8.9% 늘었다. 이 중 서울회생법원에 들어온 개인파산 신청은 지난해 1만873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많았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50대 이상이 85.4%였다. 10명 중 6명(61.3%)은 4곳 이상의 금융회사 등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였다. 조기 퇴직해 경제 활동이 없는 고령층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파산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황상진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관은 “최근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서민들이 근로소득으로 빚을 갚기 힘든 구조”라며 “한번 부채의 늪에 빠지면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