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집단으로 발견된 것과 관련, “매우 분개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 데 대해 “이들 사진을 볼 때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AFP통신은 키이우 북서쪽에 있는 도시 부차에서 최소 20명의 민간인들의 시신이 거리에 흩어져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이날 AFP통신에 “시는 280여구의 시신을 매장했다. 여전히 거리에 시신이 흩어져 있다”며 “손목이 결박된 상태로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일부는 14살 정도 되는 소년도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2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취합해서 철저히 검토하고 서류화해 국무부를 포함해 이것을 살펴보는 관련 기관과 조직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가 이것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없고 이것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혹행위가 계속되는 한 이것은 매일 일어나는 현실이다. 그래서 그것은 (전쟁이) 끝나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부차 집단학살 의혹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의 대러시아 제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매우 가까운 시일(very soon)”에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 “우리는 매일 기존 제재를 강화하고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의 하나로 러시아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해선 “동맹과 가장 효과적인 제재 강화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 중이지만, 동시에 유럽이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탱크 제공을 지원하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는 러시아 탱크 1대당 10개의 대전차 무기 시스템이 곧 도달할 것이라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 조달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위해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주권을 유지하길 원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 반등은 조작에 따른 것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루블화를 시장에 내놓는 것을 금지당하고 있다”며 “루블은 인위적으로 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변화를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5일부터 사흘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나토 및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