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표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범하기도 전에 규제 완화 기대로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파편적인 규제 완화 방안이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공급 대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또한 급격한 집값 상승이나 하락은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는 만큼 경계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범위 내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기조로 집값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5주 연속 하락하던 전국 집값은 지난주(3월28일 조사 기준) 보합을 기록했고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2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또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정부 5년 동안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이었는데 2022년 3월 현재 12억7334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이처럼 가파른 집값 상승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가져온다. 일단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다. 집을 가진 사람은 보유한 집값이 올라 이익을 보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폭등하는 집값에 절망감이 쌓여 결혼과 자녀 낳기를 포기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다.
부동산 소유 여부가 갈라놓은 불평등은 통계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소득불평등도를 보여주는 부동산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17년 0.491에서 2020년 0.513으로 악화됐고, 집 없는 사람이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1개월 동안 모아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최근처럼 집값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면 조정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향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우려도 커진다. 특히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이라면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진다.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집값 상승기 때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은데 집값이 급락할 경우 막대한 가계 빚은 부메랑이 돼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가계의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생산 역시 위축돼 사회가 경기침체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
또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미분양 아파트들이 속출하면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건설사에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건설사가 도산하면서 회수해야 할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문 정부가 공급 대신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주로 폈다면 윤 정부는 과도한 규제와 비합리적 세제를 손보는 동시에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은 종부세나 양도세 중과,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공급을 우선순위로 해서 주택정책을 끌고 갔기 때문”이라며 “공급을 우선적으로 정책을 펴면 임대차3법, 종부세, 양도세 중과 같은 규제가 필요 없다. 대구의 경우에도 종부세, 양도세 중과가 있는 지역임에도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코로나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도 집값이 급격히 오른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집값을 연착륙 시켜야 한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것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제성장률 수준과 비슷하게 끌어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는 것처럼 정책 전환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처럼 부동산 정책의 뼈대가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위원회를 통해 전해지는 파편적 규제 완화 방안이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모든 정책은 시장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후, 경중조절이 필수적이며 새 정부는 선 공급 확대 후 규제 완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며 “실질적인 공급대책을 먼저 내놓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젊은이들이 2~3년 기다리면 내집 마련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 구매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