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서울-경기 ‘차별’ 조사에, 영업기밀 AI배차시스템 전격 공개 “배차 수락 예측확률 등 5개 항목, 모두 충족시키는 알고리즘 활용 AI 배차로 대기시간 39% 감소” 전문가 “시스템 공개 평가할만, 콜 몰아주기 논란 해소엔 미흡”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자사의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 동작 원리를 공개하고 나섰다.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배차 시스템까지 노출하면서 정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알고리즘 공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배차 방식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정보 공개로 카카오모빌리티와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시의 충돌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 택시는 어떤 방식으로 배차?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적인 AI 배차 시스템에 도착 예정 시간(ETA)을 함께 활용해 택시를 배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활용하는 알고리즘은 이렇다. 택시를 호출하면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일평균 운행 완료 수 △기사 평점 △배차 수락률 △‘이 기사 만나지 않기’ 지정 횟수 등을 산출한다. 여기에 배차 수락 예측 확률까지 더해 총 5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시키는 기사 후보군을 선별한다. 실제로 택시 기사에게 호출 승낙 여부를 묻는 ‘콜 카드’ 발송은 이 후보군 안에서 승객 위치까지의 도착 예정 시간이 짧은 순서대로 이뤄진다.
○ 서울시 등 ‘콜 몰아주기’ 공세에 시스템 공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공정위 등의 조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팩트로 반박하고 이용자 편익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자세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택시업계 등으로부터 택시 배차에서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를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공정위는 2020년 택시 단체들의 신고를 받아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경기도 역시 자체 조사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사업자와 비가맹 사업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는 4일 “일반 호출 시에 중형 택시를 배차할 때 개인과 법인, 가맹과 비가맹 등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며 “가맹 택시라고 하더라도 호출을 성실히 수락하지 않거나 불친절한 운행을 하면 AI에 의한 배차를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AI 배차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비가맹 택시 차별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용자 편익’이라는 요소를 앞세워서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는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라고 할 수 있는 기사 평점 등이 택시 배차에 활용된다는 점을 통해 가맹, 비가맹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에 따라 차등 배차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호출을 잘 받는 기사에게 더 많은 배차 기회를 준다는 점을 내세워 플랫폼 종속 우려를 제기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택시 호출을 빠르게 연결시켜 주고 평점까지 반영한다는 점을 부각해 이용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론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하면서도 콜 몰아주기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학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배차 시스템 공개 자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시도로 긍정 평가할 만하지만 제시된 항목이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지 등에서는 아직 의문점이 남는 정보 공개”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