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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軍, 부차 집단학살”… 바이든 “푸틴 전범재판 세워야”

입력 | 2022-04-05 03:00:00

러 퇴각 지역서 시신 410구 발견… “민간인 닥치는대로 쏴” 증언 속출
대부분 손 뒤로 묶여 고의학살 정황… 국제사회 규탄… 美-EU 추가 제재



부차 거리 곳곳에 민간인 시신… 전쟁범죄의 참상 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의 거리 곳곳에 러시아군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있다. 이날에만 검은 포대에 싸이거나 두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총상을 입은 410구의 시신이 발견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하며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간 참혹한 현장 사진의 보도를 자제했던 본보는 전쟁범죄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예외적으로 ‘부차 학살’ 사진을 싣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텔레그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서부 소도시 부차 등 수도 키이우 외곽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3일(현지 시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규탄했다. 유엔은 전쟁범죄 조사에 나섰고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검찰은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일대에서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280여 구를 수습했다. 곳곳에서 검은 포대 등으로 둘둘 만 시신이 발견됐고 반쯤 타거나 신체가 훼손된 시신, 맨홀에 던져진 시신도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시신은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여서 러시아군이 저항할 수조차 없는 민간인을 고의로 학살했다는 의혹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보이는 민간인을 닥치는 대로 쐈다는 증언도 속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우리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부차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과 CNBC 방송이 전했다.


“러軍, 민간인 손 뒤로 묶고 총 쏴”… 부차 일대에 시신 410구


러軍,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교회 마당에 시신 150구 묻혀” 증언
젤렌스키 “우리 말살하려 해” 규탄… 유엔, 러의 전쟁범죄 조사 나서

美-서방, 대대적인 추가 제재 예고, 獨도 입장바꿔 “러 가스 수입금지”


흙구덩이 속… 검은 포대에 싸인 시신들 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의 흙구덩이에 검은 포대에 싸인 시신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러시아군이 부차를 점령했을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후 집단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옆에서 한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키이우 인근에서만 41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돼 전 세계가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범죄를규탄하고 있다. 부차=AP 뉴시스

“러시아군이 양손을 뒤로 묶은 후 뒤통수에 총을 쐈다. 곳곳에 머리와 팔다리가 사라진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정황이 3일(현지 시간) 드러나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영국 더타임스 및 가디언 등 각국 주요 언론 또한 4일자 1면에 부차 학살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영국 대중지 메트로와 미러는 각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나쁘다’ ‘집단 학살’을 제목으로 달았다.
○ 젤렌스키 부차 찾아 러 전쟁 범죄 규탄
3일 미 민간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사진에서는 부차의 교회 앞마당에 길이 약 14m, 폭과 깊이가 1m를 넘는 구덩이가 포착됐다. 주민들은 이 구덩이에 러시아군이 살해한 시민 150여 명이 묻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우리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4일 직접 부차를 찾은 그는 참혹한 현장 사진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핏자국이 묻어 있는 시신 사진으로 가득했다. 러시아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포박한 뒤 살해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그는 “러시아 병사들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봐야 한다”고 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강간, 즉결 처형, 약탈 등 민간인 대상 범죄가 수없이 발생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밤 대국민 담화에서는 이미 정계에서 은퇴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2008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추진했을 당시 두 사람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침공 및 부차의 집단 학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두 사람을 부차로 초청한다. 러시아에 대한 14년간의 양보 정책이 무엇을 낳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일갈했다.
○ 獨 “러 가스 수입 금지해야”…佛·伊도 찬성
서방은 대대적인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대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집단 학살마저 서슴지 않는 ‘전쟁 기계’ 푸틴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를 요청할 뜻을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독립 조사를 촉구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하기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는 ‘미국의 명령에 따른 음모론’ ‘우크라이나의 연출극’이라고 부인했다.

새 제재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에너지·광물 금수 및 추가 금융 제재,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

끔찍한 전쟁범죄에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조차 추가 제재에 찬성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 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이탈리아 또한 찬성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러시아산 석유 및 석탄의 전면 수입 중단을 원한다고 CNN 등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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