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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빚 1000조 육박… “정부 지원 끊기면 폭발”

입력 | 2022-04-05 03:00:00

[4500조 부채 부메랑이 온다]〈2〉벼랑 끝 자영업자
작년말 소상공인 대출 909조… 코로나 이후 2년새 33% 급증
코로나 지원에 133조 상환 유예… 9월 지원 종료땐 파산 속출 우려




서울 마포구에서 노래연습장 두 곳을 운영하는 이모 씨(6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4월 소상공인 긴급 대출 4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영업 금지와 오후 9시까지 영업 제한을 거치면서 적자는 매달 700만 원씩 쌓여 갔다. 결국 은행 세 곳을 번갈아가며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수시로 받아야 했다. 1년 6개월 만에 은행 대출은 1억5000만 원으로 불었다. 1년 가까이 임차료를 내지 못해 보증금 6000만 원도 다 날렸다. 은행 대출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이 씨는 지난해 말 저축은행을 찾아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더 빌렸다. 이자는 연 12%가 넘었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 900조 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이 민간부채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대출 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향후 종료되면 수면 아래에 있던 자영업자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3.2%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과 자영업자가 보유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모두 더한 규모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32.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0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올해도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0년 1분기(1∼3월) 이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매 분기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위험 수위에 놓인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빚이 있는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으로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이 유예된 소상공인 대출(중소기업 포함)도 올 1월 말 현재 133조3000억 원에 이른다. 9월 말까지 연장된 지원책이 끝나면 대출금과 쌓인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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