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승리 필요한 푸틴…러군, 남동부 집중 배치 우크라전 2단계로 전환

입력 | 2022-04-05 10:11:00



 신속한 승리를 달성하지 못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전력을 옮기고 있다. 러시아군은 또 우크라이나군이 새 전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도시에 대한 폭격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우크라이나 최신 전황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일이 넘었지만 러시아군은 러시아 국경에서 50km 떨어진 인구 140만의 도시 하르키우를 점령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자주포, 로켓, 유도미사일로 하르키우를 공격했다. 그 결과 도시의 일부가 완전히 파괴돼 옛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지경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탈출했고 남은 사람들은 지하실에서 버틴다.

러시아군이 조금도 진격하지 않으면서도 파괴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하기 위한 보다 큰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가들과 미군 당국자들이 말하고 있다.

하르키우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의 한 부분이다. 돈바스 지역은 하르키우 남동부의 우크라이나 반군들 거점 두 곳이 있는 곳이다. 우크라이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이 이들 반군들과 교전에 묶여 있다.

싱크탱크 CNA의 러시아연구 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북부와 남부 다른 지역에 집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묶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를 분할했다면서 러시아 국민들에게 승리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승리한 러시아 승리의 날인 5월9일까지 이곳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푸틴은 또 러시아가 일방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측의 큰 양보를 바탕으로 휴전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푸틴은 러시아의 작전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하르키우는 이미 유령도시가 됐다. 저녁 8시 해가 지면 도시 전체가 해뜰 때까지 암흑이다. 폭격을 당하지 않은 주거지역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초토화됐다. 집중 공격을 받은 지역의 아파트는 불에 타버렸고 차들이 뒤집힌 채 거리에 뒹굴고 있으며 간선도로 교차로마다 끊어진 전선과 파편 조각들이 발디딜 틈없이 가득해 자동차 타이어가 쉽게 펑크난다.

폭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은 작전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 군인들은 시 주변에 참호를 파고 러시아군의 지상공격에 대비하고 있지만 지상전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시내를 치우고 사람들을 검문해 러시아 파괴공작 혐의자들을 색출하고 있다. 시 소방당국은 하루 10~20 차례의 화재 신고를 받는다. 대부분 폭격 피해 관련이다. 길거리 소화전이 대부분 파괴돼 화재 진압은 직접 실어간 물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가 전쟁 초기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우크라이나군은 소멸해 러시아군은 게릴라들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에서 퇴각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와 남부에서 진격하고 있다. 남부 도시 마리우폴은 몇 주 이상 러시아군에 포위돼 있지만 점령되진 않았다. 다른 남부 해안 도시 미콜라이우도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다. 양측 모두 보병은 웅크리고 있고 포격전만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의 사기와 보급이 형편없고 사상자도 많지만 러시아군은 대부분 집단 투항하거나 탈영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의 잘못한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시도했다는 점이다.

코프먼은 “러시아군의 초기 공격이 군사작전으로 성립할 수 없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전쟁이 소강상태가 됐다. 1단계가 끝나고 2단계가 막 시작되면서 양측이 상대의 다음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돈바스 공격을 시도하려면 키이우 주변에 매인 부대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미군 당국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동부로 군대를 이동하기 위해 러시아는 군대에 대한 압박을 줄였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과 지뢰를 잔득 깔아놓은 최전선이 러시아군대의 후방을 지켜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일부 진격하고 키이우에서 철수한 군대를 재편성하더라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는 전략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다. 러시아군 병력의 손실 규모가 1만명 사망에 3만명 부상인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이 추정한다. 공격전의 핵심 장비인 기갑 차량의 손실도 수백대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수 공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최전선에서 보도하는 언론도 사실상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최신 무장과 공중지원, 중화기로 무장한 러시아군과 오래도록 전투를 벌여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르키우 남동쪽 120km 떨어진 이지움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손실은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적은 것으로 미 군당국자들이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선을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움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공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코프먼은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한 장비 손실을 입었으며 탄약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방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같은 무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면전이 아닌 원격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격포, 자주포, 로켓 공격이 중심인 것이다. 러시아군은 집중 포격을 통해 영토를 점령하고 진지를 구축해 사상자가 늘어나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방어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우크라이나군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마을 트로스티야네츠가 대표적 사례다. 주민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마을 광장에 포진한 러시아 포대를 폭격해 파괴하면서 전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 지역은 평원에 작은 마을들이 긴 간격을 두고 분산돼 있다.

코프먼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큰 손실을 입은 지역에서 주로 승리해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