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김여정 당 부부장. © News1
김 부부장은 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우린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한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핵전투무력이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발표하기 이틀 전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미사일 발사 원점 타격’ 발언을 강력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했던 지난 담화에 이어 이번에도 “원수님(김정은)가 이미 우리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남조선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김 총비서의 뜻을 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부부장은 또 앞선 담화에선 “우린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추가 행동을 예고하는 듯 했으나 이날 담화에도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앞선 담화 이후 국내에선 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파기,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 등이 예상됐던 상황이다.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뉴스1)
대신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재차 상기하며 ‘핵무력’의 사명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엔 남북한 간의 긴장이 자칫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단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번 담화에서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며 “남조선이 군사적 망동질을 하는 경우의 우리 대응과 그 후과(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인 동시에 또한 남조선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군사적 망상을 삼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김 총비서 집권 10년을 맞아 내부적으론 경제성과 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내달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힘을 통한 평화’를 대북 기조로 앞세운 만큼, 북한의 이번 담화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의식한 측면이 있단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1차적으론 서욱 장관 발언과 우리 군을 비난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간접적으론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 등을 견제하고 우회 비난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 부총장은 “(북한이) 표현 수위를 조절하고 대남 행동적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단 점에서 우리 새 정부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며 질문하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가 정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남한의 군사력을 폄하하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남북 간 ‘기싸움’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 군을 향해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 있어도 참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든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은 이달 중순 이후 올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진행할 예정. 북한은 그간 한미훈련의 규모·형식 등과 관계없이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을 명분으로 삼아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