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관리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공산당이 지난해 푸틴의 생애를 주제로 한 101분 길이의 다큐를 제작했고, 이후 전국의 관리들을 대상으로 다큐를 보고 토론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전했다.
NYT는 또 “해당 다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었지만, 러시아가 옛 소련에서 떨어져 나간 이웃국들을 우려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NYT는 “중국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는 ‘원칙적인 방관자’로 자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러시아를 침략자가 아닌 오래 참는 희생자로 부각하고 중러 간 강력한 유대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공산당은 관료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친러 사상 운동을 통해 중국은 절대 러시아에 등을 돌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 다큐는 당 간부 내부 관람용으로 표기됐지만, 그 영상과 대본이 최근 인터넷에서 확인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큐는 옛 소련 붕괴를 서구 자유주의에 현혹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글라스노스트(개방), 서방과의 약속’ 등으로 대표되는 옛 소련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중국 선전 관리들은 옛 소련 붕괴 교훈과 연관된 다큐를 제작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제작된 다큐는 예전 다큐보다 훨씬 더 음모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이런 시도는 올 가을로 예정된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지을 당대회를 앞두고 당 간부의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 코로나 등 고강도 방역 조치와 고조되는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시진핑에게 정치적 충성도는 더욱 시급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중국 대학들도 학생들을 상대로 ‘세뇌용’ 사상 교육 강좌들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교육을 받은 중국 청년들이 러시아에 관대한 중국 정부를 비판할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다.
관변 학자인 류줘쿠이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최근 동부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생존 공간을 압박하며 ‘동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