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환자 4명 중 1명이 암이 발견된 이후에도 폭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암 환자 폭음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재용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체 암 환자 4명 중 1명이 넘는 27.2%가 폭음을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암 진단을 받은 적 없는 사람은 전체의 53.9%가 폭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음의 기준은 남성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주종 상관없이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한꺼번에 마시는 것이다.
연구팀은 폭음을 많이 하는 암 환자 가운데 소득이 낮은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가계소득 상위 50% 이하인 사람을 저소득층으로 볼 때,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저소득층에서 폭음 비율이 2.3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업 유무, 배우자 유무 등은 폭음 비율이 1.1배로 늘어나는 정도의 영향만 줬다.
연구팀은 음주 예방 정책을 만들 때 암 환자를 위한 별도 접근 방식을 만들 것을 제언했다. 연구팀은 “음주 조절이 필요한 암 환자들은 소득이 낮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금주 교육이나 건강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며 “소득을 보조하는 정책이나 건강보험 혜택도 2차 암 예방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이고 이후 생존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알코올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에서 8.3%, 여성에서 3.1%라고 밝혔다. 특히 알코올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밝혀진 암은 구강, 인두, 식도, 간, 췌장, 유방, 대장, 직장, 폐, 전립선, 신경계, 피부 관련 암 등이다. 이 암들은 모두 알코올 관련 암(ARC)으로 분류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제7기’ 2016, 2017년 참여자 중 만 20세 이상인 1만1338명의 응답을 분석해 도출했다. 이 중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603명이었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대한가정의학회지(KJFP) 2022년 2월호에 실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