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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찔린 피해자 두고…밖으로 나가버린 경찰관들

입력 | 2022-04-05 15:43:00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 측 CCTV 공개



내려온 A 순경과 뛰어올라가는 남편 C 씨. 피해자 측 제공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빌라 3층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살인 사건의 피해자 측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범행 현장을 이탈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5일 공개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40여 일 만이다. 영상에는 사건 발생 후 우왕좌왕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피해자 측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허가로 확보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빌라 1층 현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흉기 난동이 일어난 후 1층으로 내려오는 여성 경찰관 A 순경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때 남성 경찰관 B 경위와 건물 밖에 있던 남편 C 씨는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내려오던 A 순경은 이들과 마주치자 범행 장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A 순경과 B 경위는 범행 장소가 일어나고 있는 3층이 아닌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피해자 측은 “이미 칼부림이 발생했는데도 경찰관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한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경찰관은 밖으로 나온지 2분여 만에 각각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꺼내들고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재진입한 두 사람은 3분 40초가 흐른 뒤 범인을 데리고 내려왔다. 피해자 측은 이와 관련 “3층으로 올라와 범인을 연행해 내려가기까지 넉넉 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소요된다”며 “중간에 빈 시간 동안 경찰들이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이들이 곧장 3층으로 올라오지 않고 적어도 수십 초 이상 2~3층 사이 공간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A 순경의 보디캠 영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 소송과정에서 순경이 보디캠 영상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A 순경에게 “증거인멸의 비난을 감수하고까지 보디캠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 순경은 “보디캠 용량이 꽉 차 있어서 삭제했다”고 답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남동구의 빌라 3층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 빌라 4층에 사는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3층에 거주하는 C 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C 씨의 부인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와 20대 딸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두 경찰관은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직위 해제됐다. 이후 징계 결과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제기했지만 지난달 기각됐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현장 CCTV 공개. 뉴시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대표는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경찰조직의 무성의한 태도에 저희 같은 피해자들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낀다”며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부디 경찰이 새롭게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