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 News1
김 부부장은 최근 2차례 연거푸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동시에 우리 측을 상대로 ‘같은 민족끼리 싸우지 않겠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 속뜻은 앞으로 북핵 관련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우리나라는 배제한 채 미국만 상대하겠단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담화에서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며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X의 객기”라고 적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틀 전 담화에서도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겨냥,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은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의 이들 담화는 북한이 유사시 핵을 사용할 능력이 있고 앞으로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린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며 핵·미사일 능력 개발이 ‘자위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단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여기엔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개발과 그 기술 고도화 의지를 갖고 있단 의미도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여전히 이달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 제110주년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내달 윤석열 정부 출범(5월10일) 등을 계기로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서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핵전략 중 일부를 공개한 사실이다.
김 부부장은 “(남한과의)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해 타방(상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 핵전투무력이 동원된다”며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미국과 직접 거래하면서 우리나라는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싸우지 않겠다면서도 싸우게 되면 핵무력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밝힌 건 ‘남한은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엄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에도 핵·미사일 시험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구사해왔다.
특히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 목표인 북한으로선 ‘평화’를 외치면서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보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밀착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우리 군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현실적 공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숨기기 위해 위협적인 담화문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밝힌 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김정은 정권도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공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단 점에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