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가상인간 ‘아야이’. 사진출처 데츠베이징 홈페이지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패션은 항상 시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줄 ‘얼굴’을 요구한다. 셀러브리티(celebrity)가 각광받는 이유다. 현대적 의미의 셀러브리티는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 궁정의 막후 실력자, 마담 퐁파두르이다.
그녀는 장인 간 협업을 이끌고, 프랑스적 취향과 유행을 제품에 적용토록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사용한 제품의 ‘후기’를 장인에게 서신으로 전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제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했다. 그림 속 그녀의 방에 나오는 협탁과 커튼, 모로코산 가죽으로 만든 서류가방, 쿠션, 금시계 등 모두 그녀의 입김이 작용한 제품이다.
패션은 셀러브리티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셀러브리티들은 서로 경쟁을 벌인다. 작년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샤오훙수’에 데뷔한 중국의 첫 가상인간 ‘아야이(Ayayi)’는 잡티 없이 하얀 피부를 지닌 탓에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과도 협업했고 대기업의 디지털 직원이 됐다. 작년 한 해에만 인간 셀러브리티가 각종 스캔들에 시달릴 동안 가상 셀러브리티가 공백을 메우며 벌어들인 돈이 20조 원이 넘는다.
드레스트라는 게임에서 사용자들은 명품 패션 브랜드의 옷을 이용해 가상모델에게 패션 스타일링을 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옷을 게임과 연결된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예전 우리에게 익숙한 종이인형 게임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소비자 경험의 밀도는 매우 높다. 이 모바일 게임 사용자를 대상으로 2주에 걸쳐 개최하는 스타일링 대회에 모스가 실물 아바타로 등장한다고 한다. 이 게임의 참여자들은 구찌, 버버리, 베르사체를 포함한 250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의 옷과 고급 주얼리 브랜드인 ‘메시카’와 모스가 협업해 만든 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가상과 현실에서의 셀러브리티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셀러브리티란 ‘명성을 가진 자’란 뜻을 갖고 있다. 이때의 명성이란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능력이란 뜻과 함께 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교만에 빠지지 않고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가상 모델과 인간 모델,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