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인 학살]젤렌스키 “나치때도 못 본 집단학살” 부차外 지역서도 민간인 시신 발견 서방, 푸틴 전범재판 회부 증거 수집
부차 찾은 젤렌스키 “민간인 학살 공개조사” 4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확인된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를 방문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부차에서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살해당했으며 인근 보로h카 등 다른 도시의 희생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부차=AFP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km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단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 학살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ICC, 유럽연합(EU)과 전쟁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곳곳서 부차보다 더한 학살”… 시신 불에 그슬리고 묶인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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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에 묻힌 엄마 무덤 앞에서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여섯 살 소년 블라드 타뉴크가 집 마당에 묻힌 엄마 이라 씨의 무덤 옆에 서 있다. 이라 씨는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숨졌다. 하루 전 부차에 이어 이날도 모티진, 보로h카 등 키이우 인근 여러 소도시에서 집단학살로 숨진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발견됐다. 키이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 “다른 지역, 부차보다 집단학살 더 많을 것”
전날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부차에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다른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도 고문당하거나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속속 발견됐다.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로 발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차를 방문해 “부차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며 “키이우 외곽 지역뿐 아니라 수미, 체르니히우 등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부차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북서쪽 70km 지점의 소도시 보로s카에서 부차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부차에 상주했던 러시아군 200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범 조사 특별사법기구를 창설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유럽연합(EU)과 함께 집단학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휴전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위성사진으로 들통 난 ‘거짓말’
러시아는 자국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시신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았고 부차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軍 점령때 위성사진 속 시신, 퇴각 후에도 그대로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북쪽 부차 거리를 맥사가 촬영한 위성사진. 시신 3구(네모 안)가 보인다(왼쪽 사진).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이달 1일 같은 거리를 촬영한 영상에서 같은 위치에 이 시신들이 있다. 인스타그램·맥사테크놀로지 AFP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