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 강북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이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인근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에 공급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인근 시세도 뛰었고, 자재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한 만큼 더이상 ‘로또 분양’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복판서 청약경쟁률 한 자릿수 그쳐
면적별로 보면 ▲전용 39㎡A는 12.58대 1 ▲전용 53㎡A 5.74대 1 ▲전용 53㎡B 9.80대 1 ▲전용 59㎡A 23.73대 1 ▲전용 74㎡A 5.72대 1 ▲전용 80㎡A 2.98대 1 ▲전용 84㎡A 6.73대 1 ▲전용 84㎡B 8.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삼양사거리 특별계획 3구역 재개발단지인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3140만원이다. 강북구 전체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라 가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다. 전용 59㎡는 7억원대 후반~8억원대 후반, 전용 74㎡는 8억원대 후반~9억원대 초반,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84㎡는 10억원대 후반~11억원대 중반에서 분양된다.
중도금 대출 상한선(9억원)을 하회하는 전용 59㎡는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넘어가는 평형에서는 청약 성적이 기대를 밑돌았다. 건설사가 대출알선을 하더라도 수요자들에게는 9억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경우 3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도 미계약분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 단지 역시 무순위청약, 일명 ‘줍줍’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서울자이는 예비 400번까지도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다만 이 단지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 무순위 청약에서는 1만명이 넘게 몰려 700대 1에 근접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가점은 낮지만 현금 동원력이 있는 이들에게 미계약 물량이 돌아갔다는 뜻이다.
◆분양 예정된 단지들도 비싸긴 마찬가지일 듯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내 대표적 중저가 지역인 강북구마저 9억원을 훌쩍 넘긴 가격의 분양가가 책정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전용 84㎡가 7억원대 후반부터 나왔다. 강동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라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 나올 단지들도 일명 ‘로또분양’을 기대할 만큼 저렴하게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철근, 시멘트 등 잇단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분양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 상승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공사현장에서 안전이 최대 화두가 된 점도 건설 비용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들에선 그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영등포·동작·양천·중구·광진·서대문구 등 13개 구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비상한제 지역에 비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들이다. 강북구에서도 국민평형 기준 11억대의 새 아파트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분양가를 마냥 누른다면 분양 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