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인 학살]곳곳 고문 흔적-머리 구멍 난 시신 “통행금지 어겼다며 사흘 고문” 증언 “부차 학살 주범, 64여단 중령” 공개도
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보로댠카의 붕괴된 아파트 잔해 위에 한 남성이 서 있다. 이 지역에서는 주요 건물이 무너져 2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댠카=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인 부차에서 수백 명이 학살당한 데 이어 또 다른 위성도시인 보로댠카에서 더욱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고문 후 살해된 시신이 거리 곳곳에서 발견됐고, 아파트가 포격되면서 2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보로댠카 거리에는 고문당한 흔적과 함께 관자놀이에 구멍이 나거나 심장을 관통당한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주민 페트로 티텐코 씨(45)는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군이 통행금지를 어겼다며 체포한 뒤 옷을 벗기고 3일 내내 고문했다”며 “러시아군이 ‘너는 나치다. 네 몸에서 우크라이나군 문신이 나오면 가죽과 함께 잘라내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인구 1만3000여 명의 보로댠카는 키이우에서 40km 떨어진 위성도시다. 러시아군은 2월 27일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민간 건물도 수시로 폭격했다. 게오르기 예르코 보로댠카 시장대행은 “도심 아파트 4동이 포격되면서 무너진 건물에 깔려 200명 이상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끝없는 러 만행… 시신에 ‘나치’ 문양도 우크라이나 하원의원 레샤 바실렌코가 4일 트위터에 ‘러시아군에 성폭행 및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우크라이나 여성의 시신’이라며 사진을 공유했다. 여성의 배에 나치 독일의 상징 문양이 새겨져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국제시민단체인 인폼네이팜은 “부차 학살 책임자는 제64소총여단의 아자트베크 오무르베코프 중령”이라며 그의 얼굴 사진과 주소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재 조사된 전쟁범죄는 총 4468건이며 하루 수백 건씩 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고 시민 12만 명이 고립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