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키이우 외곽 호스토멜의 안토노프 공항.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지붕이 반쯤 날아간 격납고 아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된 비행기 한 대가 눈에 띈다.
몸체는 폭발로 절반쯤 날아가 버렸고 오른쪽 주날개는 완전히 내려앉은 상태.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기수에 도색된 노란색과 파란색 줄이 이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소유임을 알게 한다.
항공기의 이름은 안토노프 AN-225 ‘므리야(Mriya)’.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였다.
‘세계 최대 항공기’ 므리야가 파괴됐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 지난 2월 28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므리야가 러시아 침략자들에 의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5일 러시아 TV 채널이 박살이 난 므리야의 모습을 보도하며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초대형 수송기가 파괴됐음을 확인시켰다.
러시아에 의해 파괴된 AN-225 므리야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의 안토노프사가 1998년에 만든 초대형 수송기다.
약 250t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수송능력에 걸맞게 크기 역시 길이 84m, 날개폭 88.4m에 달한다.
원래 소련의 우주왕복선인 ‘부란’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므리야는 소련이 해체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에 소유권이 넘어가 화물기로 사용돼왔다.
같은 기종이 단 한대만 만들어진 탓에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한 대뿐인 ‘세계 최대’ 수송기를 갖게 된 셈이다. 때문에 므리야는 우크라이나의 상징과 같은 비행기가 되어 국경일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므리야는 우크라이나어로 ‘꿈’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므리야의 파괴 소식을 전할 때마다 “러시아가 비행기는 부술 수 있어도, 우리의 꿈은 부수지 못한다”고 밝혀왔다.
안토노프 공항을 탈환한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므리야가 더는 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파괴된 므리야 앞에서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사진을 공유하며 “러시아 침략자들이 우리 비행기는 부쉈어도 우리 꿈은 못 부술 것”이라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영 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사는 므리야를 복원할 것이며 여기에 5년간 우리 돈 약 3조6200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