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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가 박살낸 세계최대 항공기…우크라의 꿈은 못 부쉈다

입력 | 2022-04-07 06:33:00


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키이우 외곽 호스토멜의 안토노프 공항.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지붕이 반쯤 날아간 격납고 아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된 비행기 한 대가 눈에 띈다.

몸체는 폭발로 절반쯤 날아가 버렸고 오른쪽 주날개는 완전히 내려앉은 상태.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기수에 도색된 노란색과 파란색 줄이 이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소유임을 알게 한다.

항공기의 이름은 안토노프 AN-225 ‘므리야(Mriya)’.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였다.


‘세계 최대 항공기’ 므리야가 파괴됐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 지난 2월 28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므리야가 러시아 침략자들에 의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5일 러시아 TV 채널이 박살이 난 므리야의 모습을 보도하며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초대형 수송기가 파괴됐음을 확인시켰다.
러시아에 의해 파괴된 AN-225 므리야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의 안토노프사가 1998년에 만든 초대형 수송기다.

약 250t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수송능력에 걸맞게 크기 역시 길이 84m, 날개폭 88.4m에 달한다.

원래 소련의 우주왕복선인 ‘부란’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므리야는 소련이 해체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에 소유권이 넘어가 화물기로 사용돼왔다.

같은 기종이 단 한대만 만들어진 탓에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한 대뿐인 ‘세계 최대’ 수송기를 갖게 된 셈이다. 때문에 므리야는 우크라이나의 상징과 같은 비행기가 되어 국경일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도 므리야의 이착륙이 예정된 날이면 공항을 찾아 므리야가 비행하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므리야는 우크라이나어로 ‘꿈’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므리야의 파괴 소식을 전할 때마다 “러시아가 비행기는 부술 수 있어도, 우리의 꿈은 부수지 못한다”고 밝혀왔다.

안토노프 공항을 탈환한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므리야가 더는 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파괴된 므리야 앞에서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사진을 공유하며 “러시아 침략자들이 우리 비행기는 부쉈어도 우리 꿈은 못 부술 것”이라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영 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사는 므리야를 복원할 것이며 여기에 5년간 우리 돈 약 3조6200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