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전쟁 반대” 의견을 밝힌 교사 발언을 녹음해 당국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교사는 현재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펜자의 한 학교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가르치는 이리나 겐(55)은 지난달 18일 “러시아 운동선수가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해 13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이어 “우크라이나도 주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기를 원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현재 전체주의 체제와 다름이 없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간주된다”고 했다.
이리나는 당시 학생들이 그의 발언을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5일 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수업 중 발언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리나에 연락을 해왔다.
그는 담당 검사에게 “영국 BBC 방송과 AP통신 등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를 인용했을 뿐,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4일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의 실형을 부과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이 형법 개정안을 토대로 이리나에 대한 형사사건을 개시했다.
이리나는 가디언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싶었다”며 “현재 러시아에서 난무하는 선전·선동에 맞서고 싶었는데, 지금 (나는)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부모가 교사의 반전 발언을 녹음하라고 시키지 않았겠느냐”며 “다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러시아군의 만행을 지지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하다”고 했다.
가디언은 전쟁을 비판한 교사들이 해고되거나 기소된 경우가 최소 3건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제기되는 ‘반전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도 “정보 및 심리전에서 서방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싸움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수업에 “우크라이나에는 실제로 존재한 적 없는 말로로시야(소 러시아)라고 불리는 작은 땅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만든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말은 ‘미국의 공작’일 뿐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