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최근 부산의 지역화폐인 ‘동백전’ 사용이 사흘간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동백전의 새 운영자로 선정된 BNK부산은행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으려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긴 일이다.
부산은행 측이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시민들의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시민들 사이에선 “지난해부터 부행장이 이끄는 전담부서까지 만들어 운영사 입찰 경쟁에 대비한 회사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안감찬 부산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동백전을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시민생활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동백전은 사용액의 10%가 환급된다는 장점 덕에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가입자 수는 어느덧 약 93만 명에 이르렀고, 부산 곳곳에서 동백전 카드를 사용하는 시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은행이 “운영 수익 전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유치 경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이 같은 성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지역화폐는 은행에 안성맞춤이다. 안 행장이 ‘부산시민과 부산은행의 동반 성장 플랫폼’으로 동백전의 미래상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는 대중교통, 관광, 숙박 등으로 이용 분야를 넓혀가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자신분증, 실물·가상자산을 포함한 전자지갑 형태로 동백전을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반복돼선 안 된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플랫폼을 꿈꾼다면서 접속장애라는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앞으로 여러 소비자 데이터가 쌓일 텐데 고도의 해킹 공격엔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뢰가 자산인 은행에 첨단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다. 회사를 크게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어렵게 쌓아올린 신뢰를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 부산은행은 시스템 재정비는 물론이고 동백전이 버스요금이나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등 시민에게 더 큰 도움을 주는 지역화폐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