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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조직 개편 연기… 여야 협치로 최소 10년 갈 모델 만들라

입력 | 2022-04-08 00:00:00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7일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인수위 기간 중 조급하게 결정해 추진하기보다는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여성가족부도 장관 후보자를 선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우선 내각 구성을 서두르고, 정부조직 개편은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취지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정부조직은 50여 차례나 개편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을 챙기듯이 부처 신설과 폐지, 명칭과 기능 변경을 반복한 탓이다. 한 예로 노무현 정부의 정보통신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체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선 미래창조과학부로 부활했고, 현 정부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국민은 부처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2002년 국토안보부 신설을 마지막으로 정권이 세 차례 바뀌었어도 정부조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대비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조직을 개편하려면 국가의 미래를 놓고 여야 간에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면 여야 간 정쟁의 소재가 될 뿐이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가부 존폐 여부도 지방선거 전에 여야가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이대남’ 지지율이 떨어지자 갑자기 여가부 폐지를 꺼내들었고, 표를 얻기 위해 젠더 갈등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북핵·미사일 등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조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문제가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윤 당선인이 6일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인수위에 지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의석 구조를 감안할 때 더불어민주당과의 공감이나 이해 없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최소한 10년은 갈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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