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5년, 정치 방향과 방법 바로잡아야 정치보복은 자멸의 길, 불의의 계승 안돼 진실·정의·인간애 기초로 통일의 길 가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많은 국민이 관심과 우려를 갖게 한다. 대선 투표의 결과는 1% 이하로 압축되었다. 국민의 40% 정도는 진보로 자처하는 반(反)보수 세력이다. 국회의 여소야대 세력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청와대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보복을 우려해 여건이 주어지면 반정부 투쟁에 나설 기세다. 국민들도 그의 정치적 경륜이 부족한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은 물론이고 누구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넓은 아량과 사욕 없는 애국심을 믿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면 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여권의 지도층과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있다. 지금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기 전에 국민이 선출한 정부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거기에는 여야도, 낡아서 벗어 버려야 할 이념의 옷도 중한 것이 아니다. 국민이 잘못된 과거는 버리면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의 정도(正道)를 되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5년에 주어진 책임은 먼 후일을 위한 정치의 방향과 방법을 바로잡는 데 있다. 50년 앞을 위해 5년의 임무를 충실히 감당하면 된다. 그 사명은 대통령의 과제이며 정부의 의무인 동시에 국민 전체의 책임이다.
지금은 과거 정부가 감행했던 것 같은 정치 보복은 용납되지 않는다. 분열이 극심한 시기의 정치 보복은 자멸의 길이다. 그렇다고 국가를 병들게 한 거짓과 부정, 불의를 계승한다면 그 결과는 불치의 병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 해결 방법은 국민의 애국적 심판에 맡기고 사법기관이 정의로우면서도 포용성 있는 판단과 심판을 내려야 한다. 국민은 우리 대법원과 법무 담당자들이 다시 태어나지 못하면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 걱정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가벼이 처신해서는 안 되는 주어진 과제가 있다. 국내적 정치 분열의 원인이 되는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이다. 남북관계가 분열에서 대립으로 바뀌었고, 대립이 적대관계로까지 진전한 것은 세계 정치이념의 결과였다. 그 결과가 6·25전쟁이었다. 지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남북한 관계와 같은 친러 정부를 세우려 한다.
그렇다면 그 범악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러시아 패권주의의 정치적 야망이다. 중국이 대만을 보는 위상과 통한다. 북한도 김일성 정권 출발부터 적화통일의 대남 정책을 바꾼 적이 없다. 지금은 세계정세의 여파에 몰려 경제 자립이 더 시급한 과제로 바뀌었으나 남조선 동포 해방이라는 깃발을 내려놓은 일이 없다. 오히려 북한 동포들이 남조선 국민이 자신들보다 더 상위권의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정도가 됐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유엔과 세계가 거부하는 북한 정권과 손잡고 남북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불가능한 시도를 일방적으로 믿어 왔을 뿐이다. 그러나 더 큰 과오를 범했다. 대한민국을 믿고 온 북한 동포들과 제3세계로 목숨 걸고 탈출한 동포들을 방치하는 반인권 정책을 택했다. 우리의 통일 목표는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동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동포들을 외면하거나 배제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 북한 동포를 실망시키는 정책은 통일의 장벽이 된다. 남북 간의 동포애까지 소멸된다면 통일은 불가능해진다. 민족 역사의 죄악을 범하게 된다. 통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 정의, 인간애의 길을 떠나서는 성취되지 못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