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2022.4.5/뉴스1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직거래’ 비중은 매달 10%를 상회하고 있다. 고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가 수억원씩 하락한 값에 거래되는 경우도 다수 포착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사례는 매매 거래 형태를 띤 편법 증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직거래 여부가 공개된 지난해 11월부터 전날까지 이뤄진 아파트 거래 5442건 중 직거래는 780건(14.33%)이었다. 시행 첫달 9.4%에 불과했던 직거래 비중은 Δ12월 12.80% Δ1월 19.24% Δ2월 12.4% 등으로 꾸준히 10%를 웃돌았다.
직거래란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곧바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중개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직거래를 택하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에서 양도의 탈을 쓴 편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시세보다 싸게 매매하는 형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송파구 문정시영 전용면적 39.69㎡(6층)는 지난 3일 5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2월 실거래가(7억5000만원·7층) 대비 2억25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신고가인 지난해 11월(8억7500만원·6층)과 비교하면 무려 3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그러나 호가는 여전히 높다. 현재 이 단지 전용 39.69㎡ 호가는 8억2000만원~9억원 사이에 형성돼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전용 59.88㎡(18층)도 지난 3월 14억원에 직거래됐다. 올해 1월 같은 면적이 18억8300만원(9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4억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호가는 여전히 18억원~19억5000만원에 형성돼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라 기대감이 높아져 전용 84㎡는 지난 2월 24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뒤 호가가 26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직거래 중 다수가 양도소득세나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 거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눈에 띄는 저가 직거래는 보통 가족 사이에서 시세보다 싼 값에 넘기려는 시도로 추정한다”며 “직전 거래나 호가와 차이가 너무 크면 더욱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세금을 줄이겠다며 편법으로 직거래를 시도하다 적발되면 오히려 더 과중한 세금을 낼 수도 있다. 세법에서는 시가와 양도가액의 차액이 시가의 5% 또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양도세 회피를 위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고 시가대로 양도세를 부과한다. 매매 가격이 시세보다 너무 낮으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