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들에 남겨진 것은 산산히 부서진 빌딩들과 불탄 차량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거리, 당장의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구호품이 절실한 주민들의 참상 뿐이었다.
이런 사진과 동영상들이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러시아의 다음 공격을 막아달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서방에 대한 구호 요청도 새롭게 빗발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북부 체르니히우에서는 수 십 명의 주민들이 포격으로 무너진 학교에 마련된 구호센터에 주차된 구호품 밴 앞에 줄을 서서 빵과 기저귀, 구급약품 등 절실한 원조품을 받아가고 있다.
체르니히우는 러시아군이 몇 주일이나 봉쇄하고 있다가 남쪽 키이우 공격을 위해 군대를 철수한 도시이다.
거리마다 폭격과 포격을 당해 무너진 주택들과 아파트 건물이 지붕이나 벽이 모두 날아간 채 을씨년스럽게 즐비해있다.
학교 건물의 무너진 교실 칠판에는 “ 2월 23일 수요일… 오늘의 숙제”라는 분필 글씨가 아직도 남아있다. 러시아군이 침공한 날 바로 전날의 마지막 수업의 흔적이다.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전쟁을 피해 국외로 도망친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40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 피난민도 수백만명에 달해 유럽전체와 온 세계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수도 키이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학살과 파괴, 만행에 자극된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중단하거나 금융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쿠엘바 장관은 서방국가들에게 러시아에게 조금만 여유를 준다면 그것은 결국 우크라이나 국민의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며 더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부차 같은 (학살현장) 도시들이 몇개나 더 나와야 여러분은 제재를 실천할 것인가”하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문했다. AP기자는 키이우 부근에서 수십구의 시신들을 직접 세어봤다. 일부는 불에 태워졌으며 일부는 두 손이 뒤로 묶인채 근접 사격으로 처형된 것으로 보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키이우 주변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들만 410명이 넘으며 자원봉사자들은 7일까지도 부차에서 더 많은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주간지 슈피겔은 7일 독일정보기관이 러시아군 사이의 무전대화를 녹취한 결과 민간인 학살이 러시아군에 의해 자행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자전거 타고 가는 남자를 사살했다는 러 병사의 말도 확인되었다.
러시아정부는 그 동안 부차의 학살 장면이 조작, 연출된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펴왔다.
러시아군 침공이 임박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군과 관리들이 주민들에게 아직 기차와 버스가 있을 때 탈출하라며 대피를 권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철도회사 책임자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철로가 파괴돼 동부지역에서 열차편으로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길은 이미 막혔다고 말했다.
돈바스 바로 서쪽 옆에 있는 드니프로 시의 보리스 필라토우 시장은 “ 돈바스 지역의 전투는 4월중에 극에 달할 것 같다. 탈출기회가 있는 주민들은 빨리 떠나고,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들은 안전한 지하공간에 대피해야한다”고 브리핑에서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