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김희주 지음/192쪽·1만6000원·일토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사회과학서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에서 “한국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며 “쇠퇴는 이미 현실이고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있다”고 썼다. 2021년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매년 1조 원을 지역소멸대응기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2022년은 이 기금이 투입되는 첫해다. 지방 소멸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다. 저성장, 저고용, 저출산 시대 사람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고 경제 활력이 도는 수도권으로 향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20여 년을 배우고 일한 이 책의 저자는 서울을 떠나 강원 양양으로 이주한다. 동해를 보러 남편과 떠난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본보기집에서 덜컥 집을 계약해버렸다. 양양에 연고도, 직장도 없었지만 두 사람 모두 서울 생활에 질려가고 있던 터였다.
대도시엔 지하철, 영화관, 대형 쇼핑몰, 병원, 학교가 곳곳에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삶은 피곤하다. 일자리가 몰려 있는 곳 주변 집값은 비싸다. 지금처럼 집값이 단시간에 올라버린 시기에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서야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기 어렵다. 하루에 2, 3시간은 출퇴근에 써야 한다. 경쟁도 치열하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격무에 시달리다 소진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수도권에서 살아야 하는 건 결국은 일자리 때문이다.
이 책은 지방을 찬양한다거나 그곳에서의 성공담을 담은 건 아니다. 소도시에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저자가 느낀 점은 ‘이렇게 살아도 좋다’였다고 한다. 지방에 사람이 살고, 삶이 가능하며, 이렇게 사는 삶이 나쁘지 않다는 것.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서울이 아니라도 할 건 있다’고 답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해법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삶을 향한 우리들의 열린 인식이야말로 사회에 필요한 게 아닐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