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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데자뷰 ‘CPTTP’…한덕수 내세운 尹 정부서 속도 낼까

입력 | 2022-04-09 07:25:00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고 있다. 2022.4.3/뉴스1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협상이 새 정부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내시장 개방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농어업인들의 반발이 격한 상황에서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지 차기 정부의 대처가 주목된다.

9일 관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다시 지명된 만큼 CPTTP 가입 추진도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8일) 6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CPTTP 가입추진과 관련해 “이번 정부에서 가입 신청하고, 다음 정부에서 가입 협상을 한다는 큰 틀에서 추가 피해지원과 향후 액션플랜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 정부와의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가입 추진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대표적인 자유무역 개방주의자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는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한·미 FTA 특보를 맡아 한·미 FTA 막판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미국 각 지방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직접 순회에 나선 일화는 유명하다.

한 후보자 스스로도 CPTTP 가입과 관련한 자신의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일 윤석열 당선인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CPTTP 가입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원칙적으로 원론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경제가 해외의 많은 국가와 일종의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대부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며 가입 추진에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CPTPP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2017년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11개 국가가 2018년 12월30일 출범시킨 협의체다. 전 세계 무역의 15%, GDP의 13%정도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이다.

가입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이달 중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CPTPP 가입은 녹록지 않다. CP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11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데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일본과의 관계가 문제다. 일각에는 일본정부가 CPTTP 가입을 전제조건으로 한국정부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일본과의 관계에 더해 국내 사정도 만만치 않다. 무역개방 수준이 여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다는데 농어업인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CPTPP 11개 회원국들의 평균 개방률(관세철폐율)은 96.3%에 달한다. 한국과 체결돼 있는 FTA 국가들의 평균 개방률 73.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부경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CPTPP 가입으로 농업부문에서는 연간 최대 4400억원, 수산부문에서는 연간 최대 724억원의 생산규모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농어업군에서의 반발이 격화하는 이유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저지 제주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가 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가진 투쟁선포식에서 “정부는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2022.4.8/뉴스1

실제 정부가 지난해 12월 CPTTP 가입 추진을 공식화 한 이후 농어업인 단체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당장 전날(8일)에는 전국 농어민 단체들이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CPTPP 가입 저지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CPTPP 가입에 대해 불통 행정을 이어가는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김성호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CPTPP 가입을 계속 강행한다면 우리 농수산계는 목숨을 걸고 정부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강력한 대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도 전에 악화할 농심(農心)을 의식한 탓인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우리나라의 CPTTP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확정된 바가 없다”며 “이해 당사자가 있는 사안이어서 충분히 논의한 뒤 의견을 형성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