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장 최근의 잔혹 행위(atrocity)” 러 “‘인간 방패’로 삼으려 했다”
미사일 공격 당한 사상자들의 소지품이 흩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기차역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어린이 5명을 포함한 5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이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8일(현지 시간) CNN·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은 러시아군이 쏜 토치카-U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국영철도회사는 현재까지 최소 50여 명이 사망, 3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차로 피란하려던 대략 40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리면서 사상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격 당시 기차역 인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한계가 없다.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처벌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러시아의 공격은 ‘전쟁범죄’라고 비난한 미국도 이에 가세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러시아의 공격”이라며 “그들이 이를 수행하기 위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했다. 절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 또한 “가장 최근의 잔혹 행위(atrocity)”라며 “왜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머물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비난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행한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민들의 대량 탈출을 막고서 이들을 자국군 병력 주둔지 방어를 위한 ‘인간 방패’로 삼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역 인근에서 발견된 ‘토치카-U 전술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에서만 사용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당한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희생 당한 민간인 시신들만 최소 300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