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총재 공석 속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퇴임으로 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석 속에서 열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오는 14일 개최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의견과 인상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다음주 금통위가 총재 없이 열리는 만큼 동결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예고 등으로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당초 시장에서는 5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미국의 ‘빅스텝’ 가능성과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대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우선 동결로 보는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나 금리 인상을 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특히 그동안 시장에 시그널을 충분히 주지 않았던 데다, 총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금리인상 소수 의견을 1~2명 내고 실제 인상은 다음 달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통위원들 역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한은이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가운데,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별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사실상 금통위원 7명 중 5명은 추가 인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금리인상 소수의견은 1~2명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도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 연준도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단행은 물론 양적 긴축을 과거보다 빠르게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적 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채 3년물 금리가 2.9%까지 뛰어오르는 등 시장 금리는 이미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 국채 3년물이 2.9%를 넘어섰다는 것은 기준금리가 2.5%까지도 오를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8일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82%포인트 상승한 2.987%를 기록했다. 지난 6일(2.941%)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을 다시 뛰어 넘었다. 이는 2013년 12월 12일(3.006%)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5년물은 0.070%포인트 상승한 3.116%를 기록했다. 지난 6일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3.097%)을 넘어섰다. 2014년 5월 13일(3.121%)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0.041%포인트 상승한 3.169%로 6일(3.129%)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2014년 6월 30일(3.7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다. 20년물 역시 0.004%포인트 상승한 3.135%로 7일(3.131%)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을 넘었다. 2014년 9월 23일(3.141%) 이후 가장 높았다. 국채 금리는 전 구간 연중 최고가를 다시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과 인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4월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4월이나 5월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연말 기준금리가 1.75~2.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 비해 상단을 2.0%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아졌다.
안 연구원은 “높은 국내외 물가 수준과 미국 통화정책 긴축 사이클을 감안할 때 5월과 8월, 11월 총 세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2.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효하지만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의에서 곧바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사이클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1명 정도 나오고 현재의 연 1.2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이번에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5월과 7월 2차례 더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등 연말 기준금리가 1.7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금융안정 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개시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보다 구체화됨에 따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4%를 넘어서면서 인수위원회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고 미 연준도 빅스텝 가능성이 높지만 4월에 인상 허들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그동안 국채 단기물에 대한 신호는 금통위를 통해서만 줘야한다고 한 만큼 시장에 인상 시그널을 충분히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다음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이창용 총재가 취임한 이후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되는 5월 금통위가 더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4월 기준금리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동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주상영 위원이 의장 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만장일치 인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오는 8월과 11월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이는 등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0%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수위가 한은과 간담회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미 연준도 빅스텝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어 다음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동결 소수의견도 한 명 정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 총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열리는 게 불안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올려야 하는데도 안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지난달 물가가 4% 이상 급등하면서 이번주부터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등 채권 시장에서는 2.25~2.50%까지도 콜이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나오고 있어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며 “4월 인상 이후에는 5월에는 인상 효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동결하고 7월 더 올리는 등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5월보다는 4월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며 “금리 동결 소수 의견도 1명 정도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우리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4월 금리 인상 후 하반기에 다시 1~2차례 더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75~2.0%까지 올릴 수 있다”며 “하반기 물가가 꺾이면서 급격하게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