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야구 명문’ 충암고를 나왔습니다. 충암고 동문들은 ‘충암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야구라는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는데요. 윤 당선인은 야구와 얼마나 가까운 걸까요.
윤 당선인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대선 후보시절이었습니다. 작년 9월 충암고를 찾아 “우리 충암 동문들의 사회 맹활약도 충암고 야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윤 당선인은 충암고 야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모교를 방문하기 직전 충암고 야구부는 고교 4대 전국대회 중 하나인 청룡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앞서 열린 대통령배마저 제패해 2관왕에 올랐지요. 전국대회 우승이란 게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의 고교 시절 첫 우승이 나왔고, 대선 후보시절에 두 차례나 우승이 더해졌던 것이지요.
당시 충암고 야구부 주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 각본에 없던 돌발질문을 던졌습니다. “내년에도 학교 야구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청와대로) 초청해 주실 건가요”. 윤 당선인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물론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캠프 제공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캐치볼을 하는 사진들을 언론사에 전달했었는데요. 전직 야구기자이자 사회인 야구도 좀 해 본 기자의 눈에 그 사진들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달랐습니다. 글러브를 낀 왼손이나 공을 던지는 자세가 흔한 말로 ‘예전에 공놀이 좀 했구나‘ 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와인드업 자세도 그렇고, 공을 손에서 뿌리는 동작도 그럴 듯 했습니다. 사실 야구는 배가 좀 나오고, 조금 뚱뚱해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캠프 제공
윤 당선인의 야구 관련 사진은 작년 11월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다시 대량으로 공개됐습니다. 당시 윤 당선인은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야구 점퍼에 야구 모자를 썼습니다. 손에는 글러브를 들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지요. 그런데 야구팬들의 시선으로 볼 때 그 모습 또한 자연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퍼를 열어젖히고 좌석에 편하게 걸터앉은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야구 아재’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윤 당선인은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의 신분으로 야구장을 찾을 것입니다. ‘야구광’ 윤 당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 야구장을 자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통령이 종종 야구장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이 잘 굴러가고, 나라가 편안하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야구팬들과 ‘치맥’을 함께하며 소통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