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어느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둘째가 수련회에 갔다. 네 식구 중 한 명이 빠졌는데도 집안이 매우 평온한 느낌이었다. 숫자로는 25% 줄었는데 느낌은 절반 이상 조용해진 듯했다. 첫째와 만날 다투던 둘째가 없으니 싸움이 없어서겠지만 뭔가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생각해보았다. 식구가 3명이면 관계가 4가지 나온다. 여기에 1명이 늘면 발생하는 인간관계는 11개나 된다. 식구는 1명이 늘었을 뿐인데 관계조합의 경우의 수가 7가지 더 생긴다. 1명이 늘면 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이다.”
▽궁금해서 가족 관계에 대한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세 보았습니다.
<세 식구 일 경우 - 4가지>
엄마-아빠
엄마-첫째
엄마-아빠-첫째
<네 식구 일 경우 - 11가지>
엄마-아빠
엄마-첫째
아빠-첫째
아빠-둘째
첫째-둘째
엄마-아빠-첫째
엄마-아빠-둘째
엄마-첫째-둘째
아빠-첫째-둘째
엄마-아빠-첫째-둘째
▽다섯 식구라면 사람 사이 경우의 수는 24개가 됩니다. ‘사람 하나 더 들어왔는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는 얘기는 애먼 말이 아닌 것이네요. 활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거꾸로 생각해보시죠. 모임에 숫자가 늘어나면, 갈등 상황도 자연스레 늘어납니다. 모임이 깨지기도 하는 이유가 되고요. 제 경험으로 보면 모임 인원이 6명을 넘어가면서부터 꼭 사람 간에 문제가 생기고 자연스레 모임도 깨집니다.
2022년 2월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은 버리세요”라는 말은 공익광고 문구일 뿐 아니라 수학적으로도 확인되는 팩트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사람 하나가 오는 것은 우주 하나가 오는 것입니다. 거꾸로, 누군가에게 정성스럽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자칫 그 우주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뜻도 됩니다. 몸가짐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2019년 7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