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도 소설처럼 무서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8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만난 작가 정보라(46)는 시종일관 웃으며 친절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언이 자기 농담에 먼저 웃으면 관객들이 안 웃는다”며 “공포 소설도 작가가 먼저 호들갑을 떨면 김이 새지 않냐”고 했다.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건조하게 썼다는 것이다. “통념을 뒤집어야 독특한 이야기가 생겨요. 토끼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최대한 무섭게 만들어 보기로 했죠.”
정 작가의 부모는 둘 다 치과의사였다. 유년시절 살던 집은 부모가 운영하는 치과와 연결돼 있었다. 치과에도, 집에도 부모님이 연구용으로 갖다놓은 두개골 모형이 있었다. 사람의 몸을 그린 인체 구조도가 집 벽에 붙어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정 작가는 인체를 공포 소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단편소설 ‘머리’에서 변기에서 머리가 튀어나오는데 등장인물들은 놀라지도 않는 식이다. 정 작가는 “어릴 적엔 친구들 집도 두개골 모형과 인체 구조도를 하나씩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공포 소설을 쓴 날에도 악몽을 안 꾼다”고 했다.
한국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공포, 공상과학(SF) 장르인 ‘저주토끼’를 발굴한 건 번역가 허정범(41·안톤 허)이다. 허 번역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변두리에 있는 이야기를 번역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저주토끼’에 끌렸다”고 했다. 문단의 공식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국내 독자에게 생소한 정 작가를 소개하는 게 부담되지 않았냐고 묻자 허 번역가는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기 전 대중에게 인기 있었냐”고 대차게 되물었다.
허 변역가가 가장 공을 들인 건 문체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When we make our cursed fetishes, it’s important that they’re pretty)처럼 유머와 공포가 뒤섞인 정 작가의 문장이 서양 독자들의 마음을 끌 것이라 생각했다. 허 번역가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등 영미권 작가들은 상반된 정서가 담긴 문장을 많이 쓴다”며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탓에 이미 서양적인 정 작가의 아이러니한 문장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했다.
최종 수상이 가능할까 묻자 허 번역가는 망설이다 답했다.
“대중가요나 드라마에 비해선 한국 문학이 영미권에서 인정받는 상황은 아니에요. 수상 가능성은 낮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받는다면 진짜 엄청난 일이 될 겁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