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부장검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하기 위해 대검찰청이 오는 11일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이 모이는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자, 현직 검사가 “중립성 논란으로 부끄러움을 검찰 구성원들 몫으로 만든 분들이 모두 모이는 ‘어벤져스급 빅매치’ 아니냐”고 비판했다.
10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지난 8일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와 다음날 열릴 전국 검사장 회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 부장검사는 “고검장 회의 결과 중 4번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음’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며 “(고검장 회의에) 모이신 분들이 과거 숭고한 가치인 ‘검찰개혁’ 간판을 걸고 무슨 일을 벌여 오셨는지, 그로 인해 검찰이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석한 분들은 지난 수년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자 최근 검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대부분 사건에 관여하신 분들”이라며 “본인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앞으로 가열차게 검찰개혁을 추진해나가자고 선언하시는 의기양양함을 보니 기억 상실을 다룬 영화 ‘메멘토’의 한 장면으로 들어간 착각이 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다음날 오전 10시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 위주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지방 검사장들은 화상 회의로만 참여할 예정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 회의에 참석할 일부 검사장에 대해서도 “다른 분들도 아니고 수도권 검사장 위주로 모이신다고 하니 고검장 회의에 이어 ‘메멘토2’가 될 수 있겠다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 검사장이 허위 수사정보를 방송사에 전달해 잘못 보도되게 했음에도 통화녹음 파일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조차 없었던 서울남부지검 사건 등을 관장하시는 분들이 모두 모이는 어벤져스급 빅매치 성사”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나까무라 스미스는 이후 미 군정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일제의 무기와 재산으로 그 나라를 지배하며 대를 이어 떵떵거리고 산다는 대안 역사 판타지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착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