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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15일째 상하이에서만 30만명 격리…“자고 일어나면 이웃 사라져”

입력 | 2022-04-10 20:54:00


중국이 지난달 28일부터 15일째 경제 수도 상하이를 봉쇄하며 강력한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상하이에서는 하루 2만 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당초 이달 4일로 봉쇄가 끝날 것이란 당국의 말은 허언이 됐고 언제까지 봉쇄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장기 봉쇄에 지친 주민 불만도 극에 달한다. 수도 베이징 당국은 확진자와 동시간대에 10분 이상 반경 3600㎡(가로 세로 각각 800m) 안에 머문 이들을 이른바 ‘시공(時空)동반자’라는 이름까지 붙여 3일 이상 격리하면서 반발이 거세다.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9일 중국 전체의 신규 확진자는 2만6355명이다. 이중 대부분인 2만4943명이 상하이에서 나왔다. 상하이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봉쇄 첫날인 지난달 28일 4477명이었지만 봉쇄 후 되레 급증하고 있다. 이달 7일 처음 2만 명을 넘어섰고 9일까지 3일간 계속 2만 명을 넘어섰다. 봉쇄 후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만 15만 명에 육박한다.

격리 인원도 급증했다. 당국이 인원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확진자와 접촉한 최소 30만 명이 격리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강도 높은 격리 정책 탓에 자고 일어나면 이웃이 사라진다’는 흉흉한 괴담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이 마트를 약탈하는 모습, 아파트 주민들이 보급품을 달라며 항의하는 영상 등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확산하고 있다.

2500만 명의 상하이 시민이 소량의 식료품이 담긴 ‘랜덤박스’에 의존해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말 그대로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속에 어떤 식품이 들었는지는 박스를 열어봐야 아는 상품이다. 당국은 대형 컨벤션 센터 등을 개조해 수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긴급 개조하고 있지만 확진자 급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 당국은 7일 9명, 8일 6명, 9일 3명 등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자 방역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활용해 ‘시공동반자’를 철저히 가려내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성과 없는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속출하는데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8일 베이징 인민대회회당에서 개최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표창 행사에서 “중국의 방역 정책은 금메달감”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미 국무부는 8일 “중국의 방역 관련 법률이 독단적·자의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인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확진된 어린아이를 부모와 떼놓는 사실상의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는 특히 주의하라고 했다. 미국은 상하이 주재 미 영사관에서 긴급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직원 및 가족에게 자진 출국을 허용했다. 중국 정부는 “이유 없는 비난”이라며 반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