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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밥상-술상 메뉴도 바꿨다… 명태값 뛰자 조기 118% 더 팔려

입력 | 2022-04-11 03:00:00

러시아산 의존도 높은 킹크랩도
랍스터-꽃게-홍게로 소비 분산




인천 중구의 한 유치원은 지난해까지 급식 단골 메뉴였던 코다리강정, 동태탕 식단을 줄이고 대신 고등어와 조기 반찬 빈도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40% 넘게 치솟은 명태 값 때문이다. 영양사 A 씨는 “지난해 3만 원이던 도매시장 경락 가격이 이달 5만 원까지 뛰었다. 앞으로 명태 공급량이 더 줄어든다고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일부 수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체 품목 수요가 늘고 있다. 물가 압박에 식탁 반찬은 물론이고 안주나 횟감 선호도 영향을 받고 있다.

10일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의 지난달 수산물 판매량에 따르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명태는 지난해 3월 대비 판매량이 22% 줄어들었다. 반면 명태처럼 조림, 구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조기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118% 증가했다. 같은 이유로 고등어와 대구도 각각 21%, 14% 더 팔렸다. 꽁치(25%)와 가자미(38%)도 증가세다. 안주로 인기가 높은 황태나 노가리(명태의 새끼)의 빈자리는 건오징어(24%)와 쥐포(14%), 진미채(14%)가 채우고 있다.

‘국민 생선’ 명태가 외면받는 이유는 높아진 가격 때문이다. 국내 명태 유통량의 90% 이상은 러시아 수입이거나 국내 원양선사들이 러시아 연안에서 잡아오는 물량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냉동 명태 한 마리의 소매가격은 지난주 2875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2월 24일 가격(2351원)보다 22.3% 올랐다. 반면 대체품인 고등어(2마리), 건오징어(10마리) 가격은 같은 기간 173원, 751원 떨어졌다.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킹크랩도 지난달 초 가격이 50% 가까이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1kg 도매가가 6만6200원이던 킹크랩은 3월 첫째 주 9만7400원으로 뛰었다. 러시아 수입 물량이 많은 대게는 고급호텔 뷔페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에서 수급이 가능한 랍스터(15%)를 비롯해 꽃게(38%), 홍게(102%), 새우(60%) 등 킹크랩과 유사한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는 대체 갑각류로 소비가 분산됐다.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반사효과로 최근 킹크랩, 대게 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소비가 되살아나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수입 경로인 러시아 영공이 막혀 덩달아 가격이 오른 연어(생물)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28%나 빠졌다. 상대적으로 수급 부담이 적은 냉동 연어(93%)와 훈제 연어(26%)로 수요가 이동했다. 지난달 초 1만3000원대였던 연어(1kg) 도매가는 현재 2만 원이 넘는다. 횟감 연어 판매가 주춤해진 사이 광어회, 도미회 판매량은 각각 78%, 61% 늘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