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아시아 첫 ‘주석 라벨’ 도입, “오해 소지” 알리고 공유-답글 막아 필리핀 대선-호주 총선에도 시행… 페북도 필리핀 계정 400개 삭제
트위터가 지난달 치러진 한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왜곡된 선거 정보를 담은 수백 개의 트윗에 ‘주석 라벨(Annotation Label)’을 부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는 주석을 달아 트윗을 공유하거나 답글을 달 수 없게 한 것이다. 트위터는 왜곡된 정보의 재생산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이 라벨 제도를 도입했다.
캐슬린 린 트위터 아시아태평양 정책 디렉터(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 지역 최초로 올해 한국 대선에 ‘주석 라벨’을 도입했고 선거 기간에 수백 개의 트윗에 이 라벨을 붙였다”고 말했다. 주석 라벨은 △선거 절차에 대한 왜곡된 정보 △선거·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협박·단념시키기 위한 잘못된 정보 △부정선거, 투표 조작, 투표 집계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 등에 붙을 수 있다. 후보자에 대한 비방 발언을 걸러내는 장치는 아니지만 선거 절차 자체를 공격 및 왜곡하는 정보의 확산을 막겠다는 조치다.
실제로 이 라벨이 부착된 사례는 “게임 끝 아니죠. 노정희가 아직 있어요. 어디 있을지 모를 부정선거 조직들도 있을 거고. 나이브해지지 맙시다”처럼 선거 결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담긴 트윗이었다. 린 디렉터는 “선거 기간만큼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공공 대화의 중요성이 큰 순간은 없다”며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적인 방식에 (한국과 미국의) 전담 팀 리뷰를 결합해 문제가 되는 ‘왜곡 콘텐츠’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페이스북도 최근 필리핀에서 ‘가짜 뉴스’를 담은 페이스북 계정 400여 개를 삭제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7일 성명을 내고 “다음 달 9일 선거를 앞둔 필리핀에서 최근 수 주간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활동이 극심해져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거대 소셜미디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도 특정 정보 채널이나 콘텐츠를 막고 있는 추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러시아 정부 및 국영 언론의 콘텐츠를 차단하고 나서자 러시아는 국민들이 이들 서비스를 쓰는 것을 막고 자국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로 혐오와 차별 표현의 확산 방지에 힘을 쏟아온 소셜미디어들이 선거나 국가 간 충돌 같은 거대 이슈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왜곡 정보를 막으라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요구가 갈수록 강해지겠지만 표현의 자유와 개방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이용자의 집단지성 등을 적절히 활용해 명백한 허위사실의 유통을 막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