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2022.4.10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1기 경제팀’ 주요 부처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KAIST 교수가 낙점됐다. 추 후보자는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재선 의원이고 원 후보자는 3선 의원에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냈다. 이 후보자는 산자부에서 15년간 일했다.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대체로 전문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불 수 있다.
추 후보자는 어제 “경제장관들이 원팀이 돼서 현안인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사상 최대 가계·국가부채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0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약에 대해 “하기는 해야 한다. 물가 때문에 추경을 스톱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물가를 걱정하면서 추경은 강행한다는 추 후보자의 발언은 우려스럽다.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최고로 높아진 상태에서 막대한 추경이 풀리면 물가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 유동성이 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올려야 하고, 가계는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18조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정부의 작은 정책 실수에도 깨지기 쉬운 살얼음판이다. 나랏빚을 안 늘리고 지출을 줄여 추경 50조 원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추 후보자가 추경을 추진하겠다면 물가 등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모부터 대폭 줄이고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원 후보자는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한 집값이 전체 시장에 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워 판이 깨지면 복구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