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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피하려면, 경영자 정치 성향도 살펴봐야[Monday DBR/김진욱]

입력 | 2022-04-11 03:00:00


최근 경영학계에는 정치심리학 이론을 응용해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위험 선호도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위험 선호도는 개인이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영자의 위험 선호도는 기업의 재무 및 투자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며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진 경영자는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보이며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은 부채비율, 자본적 지출비율, 연구개발(R&D) 지출비율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이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까? 미국 유타대 등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과 기업의 주가 폭락 위험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주가 폭락(stock price crash)’은 고평가됐던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가 폭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경영자가 부정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축적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정보는 빨리 공개하지만 부정적인 정보는 일정 수준까지 쌓아 두고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일정 시점까지 부정적인 정보의 공개를 지연해 얻는 편익, 예컨대 경력 관리나 경영자 보상이 그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의 주가는 점점 과대평가된다. 부정적인 정보를 은닉하는 비용이 편익을 넘어서는 임계점에 다다를 때 경영자는 숨겨진 부정적인 정보를 일시에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데 이는 곧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가 폭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과잉 투자가 꼽힌다. 경영자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과도한 투자를 하거나 순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인 프로젝트의 중단을 연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영자의 과잉 투자 성향은 잘못된 프로젝트가 부적절하게 지속되는 결과를 낳으며 이런 프로젝트의 부실 성과가 누적되면 최종 만기 시점에 결국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 증권거래소, 아메리카 증권거래소,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가 폭락 위험은 경영자가 공화당 성향인 기업에서 낮게, 경영자가 민주당 성향인 기업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민주당 성향에서 공화당 성향의 경영자로 경영자가 바뀐 기업은 반대의 경우, 즉 공화당 성향에서 민주당 성향의 경영자로 교체가 발생한 기업보다 경영자 교체 후 주가 폭락 위험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회피적인 성향이 강한 공화당 성향의 경영자가 공격적인 재무보고와 과잉 투자를 회피하면서 부정적인 정보를 적시에 공시하고 부실한 프로젝트를 적절한 시점에 중단해 주가 폭락 위험을 감소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진 공화당 성향의 경영자가 있는 기업이 낮은 수준의 주가 폭락 위험을 보인다고 밝힌다. 이는 주가 폭락 위험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기업의 이사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연구팀은 경영자의 정치 성향과 주가 폭락 위험 간의 관계가 외부 감독 기능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추가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기관투자가와 외부 감사인의 감독 기능이 강할 때 경영자 정치 성향과 주가 폭락 위험의 연결 고리가 약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사회가 외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면 경영자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공화당 성향의 경영자가 주가 폭락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준 이 연구가 공화당 성향의 경영자가 민주당 성향의 경영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자. 민주당 성향의 경영자가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 지출과 R&D 지출을 보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적극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단편적으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1호(2022년 3월 15일자)에 실린 글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과 주가의 함수’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