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강원도 복무하던 스트링햄 보급품 상자서 종이 뜯어내 그려 탱크-전투 중인 동료 등 생생히 담아 한국전쟁유업재단 만나 50여점 공개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인 로저 스트링햄 씨가 1951~1952년 복무 당시 그린 한국의 풍경. 시야 확보를 위해 나무를 자르는 병사. 한국전쟁유업재단 제공
1929년 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난 스트링햄 씨는 한 미술대학을 다니던 중 1950년 말 징집됐다. 이듬해부터 강원 미 육군 보병사단에서 복무를 시작했다.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재능을 살려 쉬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렸다. 전쟁 중이라 그림에 필요한 각종 도구와 재료를 구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그는 맥주, 담배, 치약 보급품 상자 등에서 뜯어낸 종이와 연필 가루를 사용했다. 한국의 산세와 마을 풍경을 담은 그림은 물론 전투기 탱크 트럭 등 군사 장비, 전투에 임하는 동료, 야간 순찰 등 전쟁의 급박한 순간을 묘사한 그림도 많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인 로저 스트링햄 씨가 1951~1952년 복무 당시 그린 한국의 풍경. 마을에 진입한 탱크, 총을 든 병사들의 모습 등이 담겼다(위쪽부터). 한국전쟁유업재단 제공
스트링햄 씨는 전쟁 이후 진로를 바꿔 핵물리학자로 활동했고 한국에도 수차례 방문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천루와 고속도로, 교통 체계 등을 보면서 발전 모습에 엄청나게 감탄했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