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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벌고 놀아도 봤지만 행복하지 않겠더라”

입력 | 2022-04-11 03:00:00

베트남 출신 禪수행자 영화 스님
美서 MBA… 대기업 다니다 출가
LA 노산사-분당 보라선원 등 창건
“禪은 현실적… 자신에 맞는게 중요”



차담을 나누고 있는 영화 스님. 성남=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베트남 출신의 영화 스님(67)은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이공계 학사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IBM 등 기업에서 일했다. 1995년 중국 선가(禪家) 5종의 하나인 위앙종 법맥을 잇고 있는 선화 상인(1995년 입적)을 은사로 출가했다. 영화 스님은 2005년 보디라이트인터내셔널(Bodhi Light International)을 설립해 제자들을 지도하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산사와 위산사 등을 창건했다.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에 개원한 도심선원 보라선원에서 8일 그를 만났다. 서울 보덕선원 봉은사 법련사, 부산 관음사와 홍법사 등에서 법문한 뒤 다음 달 10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선원이 거리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산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고립된 공간에서 명상에 집중하며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히 강해지면 하산(下山)해야 한다.”

―하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적인 수행을 해도 사람들에게 그 결과를 전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산을 내려와야 한다.”

―하산 뒤 세속적인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나.

“집세와 음식, 옷…. 평생을 바쳐 수행하려고 했는데 먹고 자고 입는 옷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다. 재가자뿐 아니라 스님들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내 지식을 전하려면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수행 중 세속적 걱정을 하지 않도록 경제적으로 배려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지키고 있다.”

―여러 나라 제자들이 있는데, 한국에 사찰(청주 보산사)과 선원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차담을 도우며 통역 중인 제자 현안 스님을 보며) 현안 때문이다(웃음). 선(禪)을 통해 많은 도전을 극복한 현안이 언젠가 ‘이 감동을 조국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때 심각하지 않게 ‘오케이’했는데 여기에 이르게 됐다.”

―기업을 다니다 어떻게 선에 빠져들었나.

“기업에서 일하며 돈도 많이 벌고, 즐겁게 노는 건 많이 해 봤다.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최고점을 찍으면 상상되는 모습이 있었는데 돈과 권력으로는 행복하지 않겠더라. 선을 접하는 순간 인생의 밸런스가 느껴졌다.”

―출가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10년을 투자해 선의 모든 비밀을 배우면 환속할 생각이었다(웃음). 스승은 그걸 알면서도 출가를 허락한 것 같다.”

―위앙종은 한국에서는 낯설다.

“우리는 명상을 위주로 하지만 염불과 절, 만트라(진언·眞言), 화두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한다. 선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것이다. 절 수행만 해서 깨달은 제자도 있다. 무엇을 하든,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종교의 가르침은 경직화하는 경우가 많다.


“유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많다. 선은 하나의 고정된 방법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방법을 써서 사람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성남=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