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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민주당 100% 여론조사 경선 논란

입력 | 2022-04-11 10:43:00


대선 패배 후 6·1지방선거 쇄신 공천을 표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지지지역인 전남에서 공천 방식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에서 당의 공식 조직인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검증을 ‘패싱’하고 여론조사만으로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치르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도덕성과 자질 검증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민주당 전남도당에 따르면 김승남 전남도당위원장(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위원장)이 장흥군수와 강진군수 경선을 공관위 검증 없이 여론조사(권리당원 50%, 일반군민 50%)만으로 진행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김 위원장은 도당 공관위에 장흥군수 후보 경선 방식 변경에 따른 의결을 요청했으며, 강진군수 경선은 후보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추후 반영할 계획이다.

현행 기초단체장 경선은 공관위의 당 기여도(25점), 업무수행능력(10점), 도덕성(15점), 면접(10점) 등 정성평가 60점과 적합도 여론조사 40점을 반영해 1차 컷오프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본경선은 국민참여경선(국민 여론조사 50%·당원 여론조사 50%)을 통해 최종 공천 대상을 결정한다.

단 공관위 의결에 따라 경선 방식을 달리할 수는 있다.

김 위원장은 1차 컷오프에서 유력 후보자가 탈락할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관위 심의 대신, 1~2차 여론조사 경선이 효율적이다는 입장이다.

공관위의 정성평가에 대해 후보자별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여론조사 방식으로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진행하면 논란을 최소화하고 이탈자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오히려 쇄신 공천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청년·여성 정치인 공천 확대라는 중앙당 기조와도 배치된다.

여론조사 방식은 기성 정치인에게 인지도 면에서 유리한 반면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장흥군수 예비후보자 7명 중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여론조사만으로 경선을 치른다면 후보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중앙당의 원칙에 위배되고 공정하지도 않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여론조사 경선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 예비후보는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을 따지지 않고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을 강화해주는 특혜와 같다”며 “공관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여론조사 경선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당 한 공관위원은 “유력 후보의 이탈 방지보다는 민주당의 공천 쇄신이 민심에 더 부합한다”며 “여론조사 경선 방식은 명분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범죄경력이나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문제는 이미 검증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경선이 효율적이다”고 반박했다.

[무안=뉴시스]